LG 최고참 이병규(37)가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전할 말은 "죄송합니다" 뿐이었다.
이병규는 25일 잠실 SK전 수훈선수로 선정돼 경기 뒤 단상에 올랐다. 이날 이병규는 4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경기 뒤 승리 경기 소감을 밝히는 자리. 하지만 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전날 패배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산됐다. 팀 내 최고참으로 할 말이 없었다. 장내 아나운서 허지욱씨가 내민 마이크를 잡은 이병규는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한마디한 뒤 모자를 벗고 1루 관중석에 자리한 팬들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숙연한 분위기에 더이상 질문도, 소감도 없었다. 이병규는 단상을 내려와 조용히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병규는 26일 현재 타율 3할3푼6리(2위) 155안타(2위) 16홈런(공동 11위) 74타점(공동 8위)로 LG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하지만 시즌 내내 이병규의 머리 속에는 팀 성적이 자리하고 있었다. 시즌 전 오키나와전지훈련 당시부터 이병규는 "야구를 잘한다는 게 뭔지 아느냐. 바로 팀성적이 좋아야 야구를 잘하는 거다"라고 최고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드러내곤 했다.
시즌 중에도 그랬다. 팀이 연패에 빠지거나 주춤하다 싶을 때면 선수단 미팅을 통해 주장 박용택과 함께 "우리는 잘하고 있다. 좀더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하자"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때로는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도 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자고 강조했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일단 4강에 들기만 하면 된다. LG는 전통적으로 단기전에 강했다"라며 포스트시즌 진출, 그 이상을 꿈꿨다.
LG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4강 탈락 기로에 섰을 때도 이병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LG가 위기라고 하는 데 야구는 모른다. 우리가 10연승을 하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힘주어 말하곤 했다. 또 시즌 막판 감독과 선수단에 대한 각종 루머가 난무하자 "확인된 사실도 아닌데 왜 근거없는 소리들을 해서 팀을 흔드는 지 모르겠다"고 속상해하기도 했다. 결국 4강 탈락이 눈앞에 다가오자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고 스스로를 탓했다. 최고참의 속은 답답했고, 안타까웠다. 그 마음에 LG 팬들 앞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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