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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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15. 09:33 핫이슈


뭔가 독특한 시선에서 천재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배우 신하균이 드라마로 돌아왔다. 뿌리깊은 나무의 한석규만큼 길지는 않지만 8년만의 티비 복귀에 시청자는 반갑고도 즐거울 수밖에 없다. 또한 정진영이 이번에는 휴머니스트 의사로 매사에 신하균과 부딪히는 역할로 출연한다. 브레인의 최대 볼거리는 결국 이 두 배우의 치열한 캐릭터 싸움이며 그 안에 숨겨진 내면의 갈등과 포용의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는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첨단의료장비들을 동원해 실제 수술 상황을 방불케 하는 실감나는 수술방 장면들은 그런 인간 내면의 다툼을 더욱 긴장감 넘치게 보조해주는 중요한 환경이 되어줄 것이다. 같은 외과라 할지라도 현미경을 통해서 수술을 해야 하는 극도의 섬세함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뇌수술 장면은 의학 드라마가 많은 일본에서도 흔치 않은 리얼리티를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브레인은 의료 기술자로서의 명의 신하균이 정진영과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의사가 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결말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브레인은 의학드라마 중에서도 대단히 전문성이 요구되는 신경외과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의 너무 흔한 소재인 치정과 불륜의 식상함이 아니라는 점만으로도 일단 브레인은 신선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삼각관계는 빠지지 않겠지만 워낙 의학 이야기의 비중이 커서 아주 통속으로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브레인은 그레이 아나토미를 기대했지만 몰아서 방영한 1,2회를 보면 하얀거탑의 그림자가 더 짙다. 그 점이 아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아주 자주 하얀거탑의 김명민의 모습이 신하균에게 오버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분명 김명민의 모습이 훨씬 더 크다. 신하균이 김명민과는 또 다른 자기만의 매력으로 그것을 극복해내는 것도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잔인하지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정신의 양쪽 극단에 선 듯한 신하균과 정진영. 그 둘 사이에 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순정만화 주인공을 현실로 데려온 듯한 비현실적인 미모의 최정원이다. 신하균과 정진영이 의사라는 직능에 충실한 캐릭터라면 최정원은 의사보다는 사람을 더 많이 보여주는 역할이다. 일단 천사표 레지던트 최정원은 당연히 정진영과 가깝게 지내고 신하균과는 앙숙의 사이이다. 그리고 조동혁과 신하균의 경쟁관계에 기름을 붓게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대체적인 드라마 진행은 하얀거탑을 봤다면 대충의 짐작이 가능하다. 하얀거탑보다 좀 더 의학적 장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 브레인의 장점이자 차별점이다. 그리고 하얀거탑보다는 좀 더 계몽적이고 결정적으로 신하균이 죽을 것 같지는 않다. 다시 말해서 드라마로서는 하얀거탑의 갈등 구조를 넘어서지는 못할 것 같지만 의학 그 자체는 월등히 향상된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싱거울 거라 짐작하는 것은 금물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드라마에는 아주 강한 개성의 배우 신하균과 정진영이 치열한 연기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브레인이 가져온 또 하나의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천일의 약속이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에 걸린 여자의 이야기이다. 병원 과목으로 말하자면 뇌신경내과이다. 그런데 브레인은 뇌에 생긴 병을 수술로 치료하는 뇌신경외과이다. 결국 천일의 약속과 브레인은 뇌신경 내과와 외과의 대결이 된 셈이다. 천인의 약속은 환자가 주인공이라면 브레인은 의사가 주인공이다. 워낙에 시작과 함께 많은 화제와 탄탄한 시청률 기반을 마련한 천일의 약속의 아성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철옹성에 신하균, 정진영 등 외과의들이 메스를 대려는 것이다. 과연 환자와 의사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도 흥미롭다.

posted by 유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