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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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23. 09:31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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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건호는 죽은 아들의 심장을 기증받았던 사람들을 찾아나서고 그중 현실적인 거래 가능성이 있는 차하연(전도연)을 만나 돈을 주는 대가로 수술을 약속받는다.

그러나, ‘숨 쉬는 것 말고는 모든 게 거짓’이라는 미모의 사기꾼 차하연은 태건호를 속이고 달아나 이전에 자신에게 사기를 친 조명석(이경영)을 찾아간다. 태건호는 간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차하연을 뒤쫓기 시작하지만, 그녀의 복수극에 100억원을 빼앗긴 조명석과 이전에 사기를 당했던 연변 흑사파 두목 스와이(오만석) 일당까지 차하연을 추격하면서 이들의 운명은 이래저래 뒤엉킨다.

‘칸의 여왕’ 전도연과 한창 주가를 올리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연기파 배우 정재영이 9년 만에 재회해 화제가 된 영화 ‘카운트다운’은 이전에 볼 수 없던 흥미로운 줄거리와 스타일로 팬들은 물론, 영화계에서도 일찌감치 기대를 모아 온 작품이다. 두 사람은 2002년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만듦새는 이 영화의 자랑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남자가 거짓말로 똘똘 뭉친 팜므파탈의 매력적인 사기전과범 여자를 만난다는 설정에 ‘간’을 매개로 한 숨바꼭질은 토끼 간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별주부전을 연상시켜 흥미롭다.

“어쩌면 세상은 서로 빚을 주고받는 걸로 돌아가는 것 같아.”

각박한 세상살이와 이에 찌든 삶을 비유하는 대사들이 귀에 쏙쏙 박힌다.

살살 눈웃음을 던지며 회수 성공 비결을 묻는 채권추심원 후배에게 “함부로 웃지마! 니가 웃으려면 열명이 울어야 돼”라는 태건호의 단호한 답은 영화의 비장감을 끌어올린다.

시골 재래시장통 안에서 벌이는 자동차 추격신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느낌이 다른 ‘한국형 카체이싱’을 탄생시켰다. 실제 삶의 공간이자 사람들로 가득찬, 좁은 공간에서 벌이는 카체이싱은 10대가 넘는 카메라와 100여명의 촬영 스태프, 엑스트라가 동원되어 쫓고 쫓기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실감나게 담아냈다.

자동차 추격신은 정재영과 전도연이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 결코 짧지 않은 이 대목에서는 생동감과 함께 박진감이 넘쳐난다. 아울러 기대 이상의 강렬한 드라마는 기존 액션 영화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신선한 맛을 제공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스크린에 몰입된 객석의 눈과 귀를 감싸안고 줄기차게 달려나간다.

병원에서 두 사람이 서로의 과거를 털어 놓는 장면은 영화 흐름의 완급을 조절하고, 스토리도 풀어가면서 아울러 화면을 따라 숨가쁘게 달려온 관객들도 한숨 돌리게 만든다.

태건호의 숨겨진 사연이 조금씩 드러나는 대목은 위기의 순간과 맞물리며 극적 효과를 배가시킨다. 이는 이야기의 전개상 적절한 시점에 배치되어, 주인공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악당들의 끊임없는 추격은 시종 거친 액션을 유발시키며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든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흐름이 매끄럽다. 극의 이음새도 나무랄 데 없다. 오버하는 장면도 없고, 알곡이 꽉 찬 옥수수처럼 잘잘한 사건과 움직임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한가지 아쉬움이라면 결말부분 주인공의 회상과 참회 장면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이어 온 빠른 템포를 놓치지 않는 것이 보다 나은 마무리일 듯싶다.

posted by 유돌이